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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철인 3종: 겉모습만 같은 '달리기', 숨겨진 훈련의 비밀

by yava 202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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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철인 3종: 겉모습만 같은 '달리기', 숨겨진 훈련의 비밀


많은 사람이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의 마지막 종목인 '달리기'를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두 종목의 달리기는 선수들의 신체 상태, 훈련 방법, 심리적 전략에서 완전히 다른 경험을 요구합니다. 단순한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달리기라는 행위 자체의 근본적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죠. 이 글에서는 마라톤과 철인 3종의 달리기가 왜 전혀 다른지, 그 숨겨진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출발선부터 다른 신체 상태: '최상' vs '고갈'

마라톤 러너는 출발 신호와 함께 최상의 컨디션에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레이스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오직 '달리기'만을 위해 비축되어 있습니다. 수개월간 오직 달리기에만 집중하며, 신체의 모든 시스템을 마라톤 완주에 최적화된 상태로 만듭니다. 신선한 다리와 충분한 글리코겐은 출발부터 마지막까지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반면, 철인 3종 선수는 이미 수영(3.8km)사이클(180km)이라는 두 개의 극한 종목을 완수한 뒤에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이미 온몸의 근육과 에너지가 심각하게 고갈된 상태입니다. 철인 3종 러닝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 '고갈된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 마라톤의 '벽'(The Wall): 마라톤 후반에 찾아오는 '벽'은 글리코겐 고갈로 인해 더 이상 달리기 어려운 순간을 의미합니다.
  • 철인 3종의 '젤리 레그'(Jelly Legs): 철인 3종 선수는 러닝 구간에 들어서자마자 다리가 젤리처럼 무거워지는 현상을 겪습니다. 이는 사이클링으로 인해 허벅지 근육(대퇴사두근)이 이미 지쳐있기 때문입니다. 마라톤 러너가 후반에 '벽'을 만난다면, 철인 3종 러너는 출발선부터 '젤리 레그'라는 거대한 벽에 직면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신체적 차이는 두 종목의 훈련과 전략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마라톤은 '어떻게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달릴까'가 핵심이라면, 철인 3종은 '이미 지친 몸으로 어떻게 달릴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2. 훈련 방법의 차이: '단일 집중' vs '복합 연결'

마라톤 훈련은 오직 달리기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장거리 LSD(Long Slow Distance) 훈련, 인터벌 트레이닝, 템포주 등 달리기 퍼포먼스 향상을 위한 훈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주 3~4회 이상의 달리기를 통해 심폐 지구력과 근지구력을 극대화하고, 몸을 달리기 머신으로 만듭니다.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훈련 방식입니다.

하지만 철인 3종 훈련은 단순히 달리기만 할 수 없습니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의 세 가지 훈련을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하며, 특히 중요한 것은 세 종목을 연결하는 '트랜지션 훈련'입니다.

  • 벽 훈련 (Brick Training): 사이클을 탄 직후 바로 달리기를 하는 훈련입니다. 예를 들어, 사이클 2시간 후 러닝 30분과 같은 형태로 진행합니다. 이 훈련은 젤리 레그 상태에서 달리는 감각을 익히고, 근육이 다른 움직임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습니다. 마라톤 훈련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이죠.
  • 달리기 훈련의 강도: 철인 3종 선수의 달리기 훈련량은 마라토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영과 사이클에 할애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트랜지션 훈련이나 인터벌 훈련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강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즉, 철인 3종 러닝은 '최고의 달리기 속도'보다 '지친 몸으로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능력'에 중점을 둡니다.

3. 심리적 전략과 보급의 차이: '단일 종목 집중' vs '3단계 에너지 관리'

마라톤의 전략은 '페이스 조절'이 핵심입니다. 처음부터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완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간중간 제공되는 보급소의 물과 에너지젤은 달리기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오직 달리기 하나에 집중하면 되기에 심리적 부담은 단순합니다.

철인 3종은 훨씬 더 복잡한 전략을 필요로 합니다. 세 종목의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할지, 그리고 각 종목마다 어떻게 심리적 피로를 관리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 에너지 분배 전략: 수영에서 너무 힘을 빼면 사이클에 영향을 주고, 사이클에서 너무 달리면 달리기를 망치게 됩니다. 철인 3종의 달리기는 '마지막 종목'이지만, 절대 '전력 질주'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닙니다. 이미 소진된 에너지를 남은 구간 동안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계산해야 합니다.
  • 보급 전략: 철인 3종 선수는 사이클 구간에서 이미 많은 양의 보급식(음료, 에너지바, 젤)을 섭취합니다. 달리기 구간에서는 이미 지쳐있는 소화기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보급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라톤 러너가 달리면서 에너지를 채운다면, 철인 3종 러너는 이미 채운 에너지를 바탕으로 달리기를 버텨내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죠.

4. 장비의 차이: '최적화' vs '기능성'

마라톤 러너의 장비는 '오직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러닝화, 기록 측정을 위한 GPS 시계, 그리고 편안한 러닝 복장이 전부입니다. 모든 장비는 달리기 퍼포먼스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됩니다.

철인 3종의 장비는 '세 종목을 연결하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 러닝화: 철인 3종 러너는 신발끈을 묶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레이스락(Race Lock)을 사용하거나, 수영 후 젖은 발로도 신기 편한 신발을 선호합니다. 마라톤 러닝화보다 신는 과정이 간편하고 배수 기능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복장: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트라이 슈트(Tri-suit)를 착용합니다. 이 옷은 물에 젖어도 빠르게 마르고, 사이클링 시에는 쿠션 역할을 하며, 달릴 때는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러 번 옷을 갈아입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이처럼 장비 하나에도 두 종목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마라톤은 달리기의 효율성만을, 철인 3종은 세 종목을 연결하는 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5. 그래서 '달리기'란 무엇인가?

마라톤에게 달리기는 '목표' 그 자체입니다. 달리기를 위해 훈련하고, 달리기만 생각하며 레이스를 완주합니다. 반면, 철인 3종에게 달리기는 '완주'를 위한 마지막 관문이자, 그들의 열정을 증명하는 '수단'입니다. 이미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과정은 마라톤과는 또 다른 감동과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만약 당신이 달리기 세계에 새롭게 도전하려 한다면, 이 두 종목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인 3종의 달리기는 마라톤의 달리기와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다름 속에서 더 큰 가치와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이 당신의 다음 달리기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마라톤과 철인 3종, 어떤 길을 걷든 당신의 달리기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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